어느 여름날, 낯선 당신에게
안녕하세요.
이름도, 얼굴도 알 수 없는 당신에게 이렇게 마음을 담아 글을 씁니다.
내가 겪고 있는 이 날들의 무게가 당신에게도 닿을까 봐, 혹은 어딘가에 나와 닮은 마음으로 앓고 있는 이가 있을까 봐,
그저 조심스럽게 꺼내봅니다.
요즘,
날씨가 참 지독하지 않나요?
해는 유난히 뜨겁고, 바람은 뜨겁게 숨을 내쉬는 것처럼 느껴져요.
아침부터 기운이 축축 쳐지고, 오후에는 더위에 눌려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들어요.
몸은 자꾸 무거워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축축 늘어지는 이 여름날에
저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염과 위염까지 겪고 있습니다.
속이 더부룩하고 메스껍고,
음식을 삼킬 때마다 괜히 더 큰 죄책감이 밀려와요.
‘먹지 말 걸 그랬나...’, ‘이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어느새 식탁 앞에 앉는 일이 두렵기까지 해졌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시원한 수박 한 조각, 냉면 한 그릇으로 더위를 밀어냈겠지만,
지금은 그조차 상상할 수 없어요.
속이 쓰릴까 봐, 다시 탈이 날까 봐.
이렇게 몸이 무너지니 마음도 따라 무너지더군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력감, 아프다는 걸 말하는 것도 지치는 어떤 감정들.
누구에게 털어놓자니 다들 바쁘고, 또 ‘그 정도는 누구나 겪어’라는 말이 돌아올까 봐
결국 조용히 혼자 앓는 길을 택하게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런 나날 속에서 문득 생각했습니다.
혹시 나처럼,
더위에 지치고, 통증에 시달리고, 마음마저 축 늘어진 사람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그 사람에게, 아무런 조건도 설명도 필요 없이,
그저 조용히 말 걸 수 있다면 좋겠다고.
그래서 이 편지를 씁니다.
당신도 혹시, 그런 하루를 보내고 있진 않나요?
기운 없이 누운 채로 창밖 햇살만 멍하니 바라보는,
그러다 문득 눈물이 날 것 같은, 그런 여름날.
그렇다면 부디, 이 말을 꼭 기억해주세요.
당신은 지금 이 순간을 견디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예요.
움직이지 못하는 날에도, 마음이 늘어져 있는 날에도,
그저 살아내는 것만으로 우리는 버텨내고 있어요.
가끔은 괜찮지 않아도 괜찮고,
무기력한 하루가 며칠이고 이어져도 그것마저 삶의 일부니까요.
지금 이 여름이 너무 버겁다면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조금 더 관대해져 보아요.
에어컨 바람에 조금 몸을 식히고,
따뜻한 물 한 잔을 천천히 마시면서
스스로에게 다정하게 말해주세요.
“괜찮아, 천천히 나아질 거야.”
그리고 만약
이 편지가 당신의 마음 어딘가를 아주 조금이라도 어루만졌다면,
나도 그만큼 위로받은 셈이에요.
우리는 어쩌면 서로를 전혀 모를 테지만,
이 뜨거운 여름 속에서 같은 무게를 견디는 동료일지도 모르니까요.
당신이 오늘 밤 조금 덜 아프기를.
내일 아침은 아주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기를.
마음 깊이 응원하며 이 편지를 마칩니다.
조용히 당신을 걱정하고 있는,
어느 낯선 여름의 동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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