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익명의 당신에게
안녕하세요.
하루가 지난 이 시점에서야 이렇게 다시 펜을 들어봅니다. 어제 전하지 못한 말들이 마음속에 오래 남아 무겁게 맴돌더군요. 괜히 약속을 어긴 것만 같고, 괜히 당신이 기다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안함이 진하게 스며들었습니다.
부디 이해해주길 바라며 이 편지를 조심스레 건넵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한결 숨통이 트이는 날씨입니다.
지독하게 덥던 바람이 어딘가로 물러간 듯,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엔 약간의 시원함이 섞여 있네요. 여전히 한여름인 건 맞지만, 그 속에서도 이렇게 잠깐이나마 쉼표 같은 시간이 찾아올 수 있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당신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어쩌면 주말이라는 이유로 느긋하게 늦잠을 잤을지도, 아니면 좋아하는 무언가에 푹 빠져 시간을 잊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혹시라도 너무 지쳐서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해도 괜찮아요. 그런 날도 있어야 하니까요.
나는 오늘 바람 따라 천천히 걷기도 하고, 미뤄두었던 생각들도 조금씩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러다 문득 당신 생각이 났고, 어제 미처 닿지 못했던 내 마음을 이제라도 꼭 전하고 싶었어요.
어쩌면 내 말들이 당신의 하루에 작은 쉼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의 일상을 알지 못하고, 얼굴도 모르지만
이 편지 한 장만큼은 진심으로 당신을 향해 쓰고 있어요.
오늘 하루, 조금은 덜 덥고 조금은 더 평안하길.
그리고 당신이 있는 곳에도 이 시원한 바람이 살며시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다시, 미안했고 고맙습니다.
우리 다음 인사는 꼭 오늘보다 더 부드럽고 따뜻하기를.
늘 마음을 담아,
익명의 누군가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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