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7.16 오늘의 날씨 먹구름 가득한 비

익명의 당신에게

안녕하세요.
사실 이 편지는 누군가에게 꼭 닿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로, 조심스레 시작해봅니다.
어느 날처럼 또다시 내리는 비,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 잿빛 하늘과 눅눅한 공기, 그리고 그 사이에 웅크리고 있는 당신의 마음이 생각났어요.

회사라는 공간은 어쩌면 감정을 가장 숨기기 어려운 곳일지도 모릅니다. 일의 무게보다 더 버거운 건, 사람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줄을 타야 하는 그 미묘한 긴장감. 말 한마디에 맘이 다치고, 의도치 않은 오해에 괜히 죄책감이 들고, 모른 척 넘기려 해도 마음 한 구석은 자꾸만 쿡쿡 쑤시죠.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내가 잘못한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밤마다 되뇌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날도 있지요.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문을 닫고 나서야 조용히 주저앉아 숨을 내쉬는 순간. 혹시 오늘, 당신도 그런 하루를 보냈던 건 아닌가요?

사실, 누구나 그런 순간을 겪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감정이 사소하거나 지나쳐야 할 감정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오히려 그런 순간들 속에서 당신은 꿋꿋이 버티며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거예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해도, 당신은 분명 잘하고 있어요.

비 오는 날은 특히 마음도 같이 젖어드는 것 같죠. 하늘이 울고 있으니 나도 괜찮을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그런 날엔 억지로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돼요. 꾹꾹 눌러 담은 감정을 잠시 풀어놔도 돼요. 울고 싶다면 울어도 괜찮고, 쉬고 싶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어요.

조금은 이기적일 정도로 나를 위해 하루를 써보는 건 어떨까요? 퇴근길에 들러 먹고 싶었던 따뜻한 음식을 사와서 천천히 씹으며 오늘 하루를 다독이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고 창밖을 보며 그냥 가만히 있어보는 거예요. 아니면, 오랜만에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아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뜨개질을 하거나, 종이접기라도. 그런 사소한 취미가 의외로 마음을 구석구석 어루만져주곤 하거든요.

혹시라도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그럴 때는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작은 한 끼, 짧은 산책, 따뜻한 향기 하나가 당신 안에 쌓여서 결국은 당신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고요. 그러니, 오늘 하루는 당신 자신을 가장 소중하게 다뤄주세요.

아무도 없는 듯 느껴지는 세상 속에서도, 이 글을 쓰는 저처럼, 당신이 어디선가 따뜻하게 숨 쉬고 있기를 바라는 누군가가 분명 있다는 걸 잊지 말아주세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어떤 말도 지금 당신의 무게를 완전히 덜어줄 순 없겠지만, 이 한 문장은 전하고 싶어요.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그리고, 당신의 오늘이 무너지지 않도록 나는 여기서 조용히 응원하고 있어요.

세상이 그대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할 때, 단 하나라도 당신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지켜주세요.
비가 그치면, 그 하늘 아래서 다시 웃는 당신을 상상하며.

조용한 마음으로,
익명의 한 사람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