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당신께,
안녕하세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당신에게 이렇게 펜을 드는 일은 참 낯설고도 특별한 일입니다. 하지만 오늘처럼 더운 날, 마음 한구석이 무겁게 눌리는 날엔, 그저 누군가와 생각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문득 솟아오릅니다. 바람 한 점 없는 이 더위 속에서,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말을 걸어보려 합니다.
요즘 날씨가 참 견디기 어렵지요. 햇볕은 가혹하게 내리쬐고, 공기는 눅눅하고 무거워서 몸도 마음도 쉽게 지치는 계절입니다. 한낮에는 그늘을 찾아 이리저리 몸을 피하게 되고, 밤에는 습기 때문에 이불조차 무겁게 느껴지곤 합니다. 부지런히 선풍기와 에어컨을 돌려도 이 습기는 좀처럼 가시지 않고, 땀 한 방울이 마르기도 전에 또 다른 방울이 이마를 타고 흐릅니다.
하지만 이렇게 날씨에 눌려 있는 순간들 속에서도, 저는 문득문득 작은 위안을 찾습니다. 예를 들면, 오후 늦게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 소리, 뜨거운 아이스커피 한 모금이 입안을 가로지를 때의 청량감, 혹은 밤공기 속에서 들려오는 매미 울음처럼요. 아주 작은 것들이지만, 그런 순간들이 ‘그래도 괜찮아’라는 말을 내 마음속에 조용히 속삭여 줍니다.
혹시 당신도 그런 위안을 찾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
사실 요즘은 마음도 쉽게 지쳐갑니다. 날씨 때문인지, 사람과의 관계 때문인지, 혹은 아무 이유 없이 그저 삶이 버거워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어딘가에 기대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기댈 곳이 마땅치 않은 사람들에게 이런 편지 한 장이라도 작게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익명의 당신,
지금 어디에 계시든,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시든, 당신은 그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삶은 때때로 무겁고, 복잡하고, 뜨겁고, 습기차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모른 채 이렇게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이, 저는 참 신기하고 고맙습니다.
혹시 당신도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주저하지 마세요. 이렇게 이름 없이 나누는 이야기들이 때로는 제일 깊고 진솔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도, 그리고 이 더운 여름이 지나갈 때까지, 당신이 부디 잘 지내시기를,
그리고 아주 작은 기쁨이라도 놓치지 않고 누리시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맺습니다.
뜨거운 여름날,
어딘가에서 당신을 생각하며
익명의 한 사람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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