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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25.07.07 오늘의 날씨 햇볕은 따갑고 습한 날

by 윤유월문 2025.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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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에게

여름입니다.
해는 높고, 그 아래 공기는 무겁고, 시간은 천천히 흐릅니다.
창밖에서는 매미들이 쉬지 않고 울고 있어요. 그 소리는 단순한 울음이 아니라, 무언가를 애써 견디는 듯한 소리처럼 들립니다.
울고 또 울며 여름을 통과하려는 생의 리듬 같기도 하고요.

오늘은 유난히 습도가 높네요.
문을 열어도 시원한 바람은커녕, 눅눅한 기운이 방 안 가득 차오릅니다.
몸도 마음도 끈적이고 느려지고, 짜증은 말없이 속에서부터 차오릅니다.
딱히 나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예민해지고, 이유 없이 무기력해지는 그런 날.
당신도 혹시 이런 하루를 보내고 있진 않나요?

사실 이런 날엔 누구라도 조금쯤 무너져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모든 걸 씩씩하게 받아내는 건 너무 고된 일이잖아요.
언제나 괜찮을 수는 없고, 항상 잘 해낼 수는 없고, 늘 웃을 수만도 없다는 걸… 우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죠.
그래서 오늘 같은 날엔, 그냥 조용히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그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오늘, 한참을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어요.
건물 사이로 넘실대는 열기, 아스팔트 위로 일렁이는 공기, 그리고 그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매미들의 울음.
모두가 뭔가를 견디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어요. ‘나도 지금 이 계절을 견디고 있구나’라고.

혹시 당신도 그렇지 않나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고민, 말끝에 맺히다 삼켜버린 감정, 어깨 위에 조용히 내려앉은 피로들…
그 모든 것을 안고서, 당신은 잘 견디고 있잖아요.
그 자체로 참 대단한 일이라고, 누군가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익명의 누군가가 당신에게 조용히 말을 겁니다.
"그저 오늘 하루를 무사히 버틴 당신, 정말 잘했어요."

이 더위 속에서도 차가운 음료 한 잔처럼 다정한 말 한마디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비록 나는 당신의 얼굴도, 이름도, 지금의 기분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이 편지를 읽는 동안만큼은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꼈으면 해요.
어디에 있든, 누구이든, 어떻게 살아가고 있든, 그 모든 다름 속에도 우리는 같은 여름을 지나고 있으니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매미는 울고, 해는 뜨겁게 내리쬐고, 습도는 여전히 높겠지만
계절은 분명 조금씩 움직이고 있어요.
곧 바람이 달라지고, 하늘이 맑아지고, 기온이 내려가고, 어느 날 문득 가을의 기척이 스며들겠죠.
그러니 조금만 더, 지금처럼 느려도 괜찮으니 그대로 있어줘요.
당신의 여름도 언젠가는 지나갈 테니까요.

어디선가 이 편지를 읽고 있는 당신,
부디 오늘 하루만큼은 스스로를 조금 더 다정하게 대해주세요.
쉬어도 괜찮고, 멈춰도 괜찮고, 울어도 괜찮아요.
당신의 존재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아름다우니까요.

당신의 하루에 작은 위로가 닿기를 바라며—
익명의 누군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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