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심리학에 근거한 상징해석은 ‘그림이 자발적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 수 있도록 그림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하였는데, 이러한 대화는 그림으로부 - 27 - 터 의식을 창조해내기 위한 행위이다. 따라서 자발적으로 그린 그림의 내재적 의미 추출은 그림 내용이 개별적으로 형성된 실재물의 반영임을 잊지 않고, 상징 내용의 주관적 요소와 객관적 요소를 함께 고려하며 해석해야 한다(Abt, 2005/2008).
상징색
. 색 상징 색은 감정, 기분, 정서 유발을 표현하여 우리의 존재 상태에 영향을 미치고, 그 자체로 드러나는 삶의 상징이다(Abt, 2005/2008). 또한 색은 우리의 의식과는 상관없이 긍정적 혹은 부정적 방식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이 다(Itten, 1961/1991). Heller(1989/2002)는 언어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되는 감성 표현으로서의 색을 폭넓은 설문 조사와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평가하였 다. 이는 주입이나 암기가 아닌 색채 현상의 이해를 통한 접근의 중요성과 개 인의 주관적 감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색을 비과학적인 감성으로 오인하게 한 부분을 정정하게 하였다. 또한 물리적인 요소로서 색을 탐구한 Newton도 삼 각형의 프리즘으로 백색 태양빛을 빨강으로부터 시작해 주황, 노랑, 초록, 파 랑 그리고 보라로 끝나는 무지개의 색으로 분해할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Abt, 2005/2008). 그러나 Goethe(1810/2003)는 색채론(Zur Farbenlehre)에서 Newton의 분석적이고 양적인 접근 방법을 비판하며, 전체적 시각과 색채의 감정적 측면을 중 요성하게 언급하였다. 또한 무지개의 여섯 가지 색을 원환으로 배열하고, 태양의 변환 과정과 연결시켜 인간 의식의 상징으로 각 색상의 정신적 특성을 개 념화하였다. 식별이 가능하여 눈에 보이면서, 다양성과 빛의 확증으로서의 색(色)은 근접 과 혼합 그리고 대립을 통해, 언제나 두 측면의 원형이 가진 건설성과 파괴성의 상징을 표명하고 있다. 따라서 두 측면의 내포된 내용 중 어떤 것이 더 유 력한지의 해석은 그림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뤄져야 하므로(Abt, 2005/2008), - 28 - 색 상징의 의미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색 상징의 이론적 내용은 색의 신비(Reidel, 1999/2004), 색의 유혹2(Heller, 1989/2002), 그림으로 보는 세계문화 상징 사전(Cooper, 1978/1994), 융 심리학적 그림해석(Abt, 2005/2008)에 근거하였다. 물학적인 충동, 정서, 사랑과 미움의 감정, 열정, 관능과 성애와 연결하고, 타오르는 불의 빨강은 따뜻하지만 파괴적인 열기와 연결한다. 또한 빨강은 사랑 과 공격의 정서를 유발시키기도 하며, 서양에서는 악마의 불, 열정, 욕망의 화 신으로 연상한다. 빨강의 이러한 사악한 측면은 결과적으로 인간으로 하여금 천상의 선한 신으로부터 떨어져 나오게 하고, 대립되는 사랑의 색인 빨강과의 합을 강요하는 힘의 색으로 사랑의 여신인 비너스와 전쟁의 신인 마르스 둘 다 빨강과 관련지어졌음을 알 수 있다(Abt, 2005/2008).
(1) 빨강 빨강은 색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정취나 경지로 태양과 모든 전쟁의 신을 나타내고, 활동적인 남성원리, 불, 태양, 왕의 위엄, 사랑, 기쁨, 축제의 기 분, 열정, 열의, 활력, 광포성, 성적 흥분, 결혼을 나타내는 횃불, 건강, 강함을 의미한다. 또한 피, 피에 굶주림, 유혈의 범죄, 노여움, 복수, 순교, 인내, 신앙, 아량 그리고 사막과 재난을 뜻하며, 빨갛게 칠하는 것이나 빨간 색으로 염색하는 것은 생명의 재생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빨강을 기쁨, 풍요, 밤의 검 은 색과 대립하는 낮의 붉은 색으로, 아스텍 문화에서는 피의 색깔로서 생식 력, 사막, 악, 재앙을 뜻하고 서쪽과 연관된다. 불교에서는 빨강을 행동, 창조 성, 생명을 뜻하며, 중국에서는 태양, 사신(四神) 중의 주작인 봉황, 오행 중의 불, 여름, 남쪽, 기쁨, 행복으로 색 중에서 최고의 행운을 뜻한다. 크리스트교 에서는 예수의 수난, 골고다 언덕에서 흘렸던 예수의 피(요한복음 19:34), 사도 에게 강림했던 불(사도행전 2), 신앙의 열의, 사랑, 힘, 위엄, 사제의 힘, 대담함, 순교와 잔인함으로, 교황의 병사인 추기경의 긴 옷은 빨간색이다. 연금술 에서는 인간, 남성원리, 붉은 사자나 붉은 용, 태양, 유황, 금, 색의 극치이다 (Cooper, 1978/1994). Jacobi(1969)는 피와 불을 연상하게 하는 빨강은 따뜻하고 더우며 불안정한 느낌으로 신선함과 활력, 생명의 고양, 가까움, 감각적임, 성욕, 정열, 자극, 소 요, 반란, 전쟁, 투쟁, 위험, 생명의 위협으로 악덕과 악마의 색으로도 간주하였다. Jung학파는 색 상징의 의미를 대극에 존재하는 양쪽 측면 모두 언급하였다. 빨강은 강렬한 정서적 경험의 ‘피’와 ‘타오르는 불’로서, 피는 생명과 생명을 상징한다.
(2) 노랑 노랑은 상반된 두 가지의 의미로, 밝은 노랑 또는 황금색은 태양에 속하여 태양빛, 지성, 직관, 신앙, 선을 뜻하고, 어두운 노랑은 배신, 반역, 질투, 야심, 허욕, 비밀, 변절과 불신을 뜻한다. 아메리카 인디언은 노랑을 지는 태양으로 서쪽을 나타내고, 불교에서는 승려가 입는 장삼의 샤프란 색(황색)으로 방기, 무욕, 겸허를 상징한다. 또한 중국에서는 오행(五行) 중의 흙, 다섯 방위에서는 중앙, 그리고 금속과 달의 산토끼를 나타낸다. 크리스트교에서는 황금색은 성 성(聖性), 신성(神性), 계시된 진리, 영광의 옷(요한계시록 19:8)을 의미하며, 순 교는 하지 않았으나 박해에 굴하지 않고 신앙을 지킨 고해자, 특히 남자 신도의 축일에 사용되는 색이다. 채도가 낮은 노랑은 배신, 기만, 유대인, 이단자, 가리옷 유다를 뜻하기도 한다(Cooper, 1978/1994). Jung학파의 노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경험은 태양으로, 태양은 매일 다시 새 로워지고 젊어져 떠오르는 부활의 신비로서 인간에게 영감을 준다. 그러나 밤 이 되면 달과 별들도 노랑으로 나타나며, 이는 태양, 달, 별들에 대한 원형적 인 경험을 빛과 의식성으로 연결시켰다. 또한 너무 많은 빛은 사막에서의 태 양과 같이 모든 것을 파괴하고 건조시킬 수 있으며, 소변이나 건강하지 못한 피부색이 노랑임을 인지하며 하급의 삶과 질병이나 비겁함 등 생명을 파괴하는 의식성으로도 이해되었다. 그러나 노랑은 태양과 같은 금속인 금으로, 항상 변치 않는다는 의미에서 여러 문화권의 영원한 내면의 정신적 중심을 나타내는 상징이다(Abt, 2005/2008).
(3) 파랑 파랑은 진실, 지성, 계시, 지혜, 충성, 충절, 지조, 정결, 조심성이 많은 애정, 오점 없는 세평(世評), 아량, 사려 깊음, 경건, 평안, 명상, 냉정을 뜻한다. 또한 파랑은 심해의 색, 여성원리로서 바다의 색이며, 하늘의 푸른색은 하늘의 여왕으로서 태모, 천공신과 같은 하늘에 속하며, 영적 존재의 색으로 원초의 단순 함과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무한한 공간이고 달을 나타낸다. 아메리카 인디 언의 파랑은 하늘, 평안을 뜻하며, 불교에서는 위에 있는 하늘과 아래에 있는 바다의 차가움을 담지한 법계(法界)의 예지(叡智)라 하였다(Cooper, 1978/1994). Jung학파에서는 자연에서 파랑과 관련된 가장 명백한 경험은 하늘로, 구름 이 전혀 없는 낮 시간의 하늘은 우리에게 파랑으로 나타나고, 고요함과 의식 적 이해를 넘어가는 심연의 영원성으로 연속성의 감정을 준다고 하였다. 이는 인간에게 파랑을 평화, 평온, 내향, 발견, 만족, 신뢰와 연결시킨다. 또한 기독 교 문화에서는 성모 마리아의 파란색 외투가 파란 하늘의 보호라는 측면을 나 타내는 모성의 근원으로 바다, 강, 호수의 물의 이미지와 함께 근원에 대한 갈 망을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파랑과 관련한 상징성 중에는 공기, 정신, 얼음 등 차가움과 같은 이성적인 면과 신화나 민담에서 반드시 찾아내야 되는 정신 적인 것과도 관련되어 나타난다(Abt, 2005/2008).
(4) 초록 초록은 싱싱한 녹색의 생명과 죽음의 검푸른 녹색을 동시에 의미한다. 싱싱 한 녹색은 젊음, 희망, 환희를 뜻하는 동시에 변화, 인생무상, 질투를 의미하며, 하늘을 나타내는 파랑과 땅의 노랑이 혼합된 색으로서 신비의 색이기도 하다. 또한 지성의 차가운 파랑과 노랑의 태양이 가지는 정서적인 따뜻함이 섞인 초록은 평등의 예지(叡智), 희망, 생명의 재생과 부활을 만들어 내며, 봄, 번식, 환희, 신뢰, 자연, 낙원, 넉넉함, 번영, 평화 등을 뜻한다. 미성숙의 색으 로서 초록은 경험이 없음을 상징하여 어리석을 나타내고, 금색으로 변하는 초 록은 젊은 곡물신이나 초록의 사자, 초록의 인간이 익어버린 곡물의 황금색으 로 변하기 전 단계를 의미한다. 연금술에서는 초록의 사자나 초록의 용은 대 작업의 시작으로, 젊은 곡물 신, 성장, 희망을 뜻하고, 불교에서의 싱싱한 초록 은 생명을, 검푸른 초록은 죽음의 왕국, 시체, 그 밖의 죽은 자들의 영역에 속 한 것을 의미한다. 중국에서는 초록을 파랑과 동일한 상징성으로 용, 봄, 동쪽, 오행(五行)중의 나무(木)로, 크리스트교에서는 싱싱한 초록을 불사, 희망, 인간의 마음속에서 성령이 자라남, 생명, 죽음을 넘어선 승리, 겨울을 이긴 봄을 뜻하며, 또한 이니시에이션(initiation), 선행을 나타낸다(Cooper, 1978/1994). Heller(1989/2002)는 초록을 자연의 정수이자 이데올로기, 삶의 양식으로서 단순한 색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하였다. 이는 녹색이 환경의식, 자연에 대 한 사랑을 뜻하는 동시에 기술 지배 사회에 대한 거부를 나타내고, 심리학적 의미에서는 일차색인 독자성으로 근원적인 색임을 강조하였다. 또한 녹색은 편안함과 관대함 그리고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색이며, 미성숙과 젊음으로서의 신선한 색으로 가능성의 희망으로도 보았다. 그러나 또 다른 의미로는 용, 악마, 괴물을 표현하는 비인간적인 초록색이 혐오를 불러와 공포의 뜻을 담기 도 한다. Jung학파에서의 초록은 식물에서의 경험을 시작으로, 성장이나 봄으로 연상되는 것 이외에도 잘 자라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자란 식물과 설익은 과일을 연상하게 한다. 초록은 신화에서 오시리스와 같은 식물과 부활의 신들로 표현되었고, 연금술에서도 아버지이자 안내자인 헤르메스-토트와도 관련되어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초록은 생명의 흐름으로 ‘건너’는 진행형의 교통신호로서도 의미가 드러나고 있다. 파랑의 수용적인 특성과 노랑의 빛을 주는 특성의 혼합색인 초록은 세 가지 기본 색상과 연결되는 식물의 정신으로 중재의 특성을 나타내고, 부활과 무의식의 살아있는 힘을 상징하기도 한다(Abt, 2005/2008).
(5) 주황 주황은 불꽃, 불, 사치를 나타내며, 중국과 일본에서는 사랑과 행복을 뜻한 다(Cooper, 1978/1994). 또한 빨강과 노랑의 대립성이 크게 느껴져 함께 어우러지지 못할 때, 주황은 즐거움과 사교의 색으로 두 색을 연결하며 조화롭게 만든다(Heller, 1989/2002). Jung학파에서의 주황은 기본적으로 불꽃의 경험에서 비롯되며, 빨강의 생명 에너지인 따뜻함과 빛을 발하는 노랑의 특성을 결합한 색으로, 불타오르는 생 기로서의 기쁨이 넘치는 색이다. 따라서 주황은 불꽃의 따스함과 동시에 주목 과 주의를 일깨우는 신호가 되어, 운전자들에게 신호가 곧 바뀔 것을 알리는 교통신호로 받아들여져 이용되기도 한다. 또한 주황은 격려하는 색으로 활성 화 시킬 수 있지만, 공격성을 야기시켜 짜증나게 할 수도 있다고 하였는데, 이는 격려하고 유쾌하게 하는 따뜻한 빛을 발하는 주황이 노랑에 근접하다가, 악마적인 공격성의 빨강에 근접하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빨강과 노랑의 합 일인 주황에서 빨강은 노랑에 의해 좀 더 정신적이 되고, 노랑은 빨강에 의해 따뜻하게 된다. 또한 힌두교 승려들의 옷에서 보듯이 주황은 정신적으로 승화된 열정의 지혜를 상징하기도 한다(Abt, 2005/2008).
(6) 보라 보라는 왕권, 황제나 고위 성직자의 권력, 위풍, 자존심, 진실, 정의, 절제를 뜻하고 명계(冥界)의 신들을 위한 의례에서 사용하는 색이다. 크리스트교에서의 보라는 겸허, 참회의 뜻으로 사순절과 강림절의 색이다(Cooper, 1978/1994). 또한 Jacobi(1969)는 외적으로 서로 반대 느낌의 빨강과 파랑의 혼합이 장엄함의 신비와 지혜의 색으로 여길 수 있으며, 빨강의 인간적인 혈액의 상징과 파 랑의 신성과 영적인 상징이 보라에서 의미 깊은 통일성으로 발견된다고 하였 다. Jung학파에서의 그림 해석에서도 보라는 생기를 불어넣는 따뜻한 빨강과 정 신적 차가움의 색인 파랑의 혼합 색으로 스펙트럼에서 나타나는 두 개의 극단 적 대극인 쌍의 결합으로 상징한다. 이는 보라에서 나타나는 따뜻한 빨강과 차가운 파랑이 하나로 합쳐져 전체성과 완전성의 합입로 의식 수준을 이끌 수도 있지만, 빨강과 파랑의 건강하지 못한 혼합으로서 대립할 수도 있게 한다 (Abt, 2005/2008).
(7) 분홍 분홍은 강렬하고 정열적인 빨강의 분위기보다 더 연하고 달콤하며 부드러운 이미지의 섬세함을 나타낸다. 한때는 이러한 분위기가 유치하고, 귀여우며, 힘 이 없는 여성 전용의 색으로 여겨 다수가 거부감을 나타내고 감정의 특성을 평가절하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현재는 애정 어린 색으로서 남녀 구분 없이 분홍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수용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건강하고 혈색이 좋은 사람의 피부색으로서 신체의 건강함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받아들인다(Riedel, 1999/2004). Jung학파의 분홍은 생기를 주거나 파괴하는 빨강과 생명을 주거나 앗아가는 흰색의 혼합 색으로, 한편으로는 기본색인 빨강에 무채색인 흰색의 합으로 가벼워졌거나 완화된 빨강을 가리킬 수도 있다. 연금술에서의 분홍은 ‘현자의 돌’로 연금술적 작업의 목표를 상징하는데, 이는 남성의 빨강과 여성의 흰색에 서 오는 합일을 의미한다(Abt, 2005/2008).
(8) 검정 검정은 세계가 창조되기 이전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원초적 암흑으로서의 무(無), 악, 죽음의 어둠, 수치, 절망, 파괴, 부패, 슬픔, 비애, 자기 비하, 방기, 장중함, 지조 등으로 나타낸다. 검정은 냉엄하며 무정하고 부조리한 시간을 의 미하는 혼돈의 색으로,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검정은 방위의 북쪽으로 죽은 자에 대한 애도와 낮의 빨강에 대립하는 밤의 색이라 하였다. 불교에서는 삶을 이어주고 맺어주는 속박의 어둠으로 빨강을 이해하였으며, 중국에서도 빨강은 북쪽을 가리키고, 양(陽)의 대립물로 음(陰)을, 그리고 오행(五行)에서 물 (水) 을 의미하였다. 크리스트교에서는 죽음, 슬픔, 애도로서의 성 금요일에 드리는 죽은 사람들을 위한 미사에 사용되는 색이었다(Cooper, 1978/1994). 또한 검정은 ‘검은 담즙’에 의해 지배되는 우울증 환자와 동일시되고, 말살 과 억압의 폐쇄, 포기와 같은 소극적 인식과 결부시키기도 하였다. 삶의 마지 막을 고하는 절대적 경계로서의 검정은 무(無)의 사상을 표현하고, 흰색의 절 대 자유로서 가장 높은 상승을 획득하는 긍정적 측면과 대비되어 부정을 나타내기도 한다. 미분화되고 성숙화 되기 전의 관점으로서 검정은 근원적 혼동, 창조와 출생 앞에 있는 암흑으로서 무의식을 대변한다(Riedel, 1999/2004). Jung학파에서의 검정은 무채색의 하나로 전망할 수 없고, 방향감도 가질 수 없는 어두움으로 경험되는데, 이는 의식의 상실, 죽음, 혼돈, 두려움, 우울, 악 마를 나타낸다. 그러나 어둠의 바깥에서는 늘 새로운 빛이 출현하므로 또 다 른 측면에의 검정은 부활과 회춘의 색이 되기도 한다. 이는 연금술에서 흰색 과 빨강을 위한 필요 색으로, 검정의 우울 상태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생명의 부활을 의미하는 전체 과정으로서의 검정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검정은 자아의 재탄생과 회춘하기 위한 검은 자궁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Abt, 2005/2008).
(9) 흰색 흰색에서 나타나는 연상들은 대부분 밝음과 빛과 태양으로, 탈 억제와 탈 저지, 그리고 개방과 솔직함과 관계된다. 또한 흰색의 빛은 모든 종교에서 중 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경사로운 성격을 부여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분 할되지 않은 빛의 총체로서 흰색은 절대성과 시작과 끝, 채움과 비움의 합일을 표현하는 색이다. 또한 시작으로서의 흰색은 단순함과 소박함을 상징하지 만 부정적 의미로는 아직 정의할 수 없는 그림자이며, 삶의 다채로운 의미를 지워버릴 만큼 모든 것을 내포하는 색이면서 개방과 자유를 의미한다(Riedel, 1999/2004). Jung학파에서의 흰색은 지역 문화에 따라 다르지만 보편적인 경험은 사막에 서의 사체(死體)나 건조된 뼈로 연상되고, 추운 지역에서는 눈과 얼음으로 연상된다. 따라서 흰색은 순수함, 감정과 정서의 부재 그리고 죽음과 연결되어 중국과 인도에서는 애도의 색으로 의미된다. 또한 흰색은 우유와 같이 생명을 제공하는 액체와 음식에 풍미를 더하지만 생명에는 치명적일 수 있는 소금의 색으로 생명과의 관계에 연관성을 제시한다. 흰색은 쉽게 더러움을 탈 수 있는 순수함 및 결백과도 관련되고, 다른 측면으로는 고유의 색이 부재하므로 염색으로 흡수될 수 있는 수용성을 띄기도 한다. 따라서 흰색은 세례, 성찬 식, 결혼, 장례와 같은 통과의례의 의복에 주로 사용되어 새로운 태도를 갖추 기 위한 의지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무의식의 생명을 주는 기초로 이해되거나 모든 생명의 차가운 부재로도 이해될 수 있다(Abt, 2005/2008).
형태상징
형태(form) 상징 Arnheim(1960/1995)은 모든 시각적 패턴은 그 자체 스스로 존재하지 않으며, 어떤 내용을 담은 형태(form of some content)로 말할 수 있다고 하였는 데, 이는 그림에서 주제가 재현될 때 대상과 이미지 사이의 비교 수반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이미지는 기계적인 정확한 복사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이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들이 관찰되고, 어떤 시각 개념을 사용하여 개념들을 설명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된다. 따라서 이러한 상징적 형태들의 재현적 이미지는 쉽게 전달되지 않는 다층 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므로(Fontana, 1993/1998), 단순히 외적인 것만이 아니 라 내적인 내용을 가진 표현으로 미술치료의 관점에서도 중요함을 시사하고 있으므로(Kandinsky, 1911/2000) 다양한 형태와의 상호관계 속에서 통찰될 필요가 있다.
(1) 삼각형 삼각형은 가장 단순한 평면을 나타내는 기본형으로 우주의 삼중성, 천·지· 인, 부·모·자녀, 인간의 육체·혼·영, 신비한 숫자인 3을 나타낸다. 뾰족한 끝이 위로 향해 있는 정삼각형(△)은 태양에 속하며, 상승, 생명, 불, 불꽃, 열을 나 타내고, 능동적인 남성원리, 남근상(Linga), 영적 세계와 사랑, 진리, 예지의 삼 위일체를 상징한다. 반대로 삼각형이 거꾸로 놓이는 역삼각형(▽)은 달에 속하며, 은총, 물, 수동적인 여성적 요소와 바다, 한냉함, 자연계, 육체, 어머니로서의 태모를 상징한다(Fontana, 1993/1998). 또한 원에 내접한 삼각형은 영원의 순환으로 내부에서 계속 지내는 형상들의 차원을 나타내고, 삼각형의 내부는 모든 형상을 내포하는 화로로서 모든 형상과 유형이 뒤섞이지 않도록 고요하게 저장되어 있다. 연금술에서는 연결된 두 개의 삼각형을 대립물의 통합, 즉 ‘불(△)의 물(▽)’이나 ‘물(▽)의 불 (△)’로 나타내고, 불교에서의 삼각형은 순수한 불꽃으로 불·법·승의 삼보를 상 징한다. 크리스트교에서의 정삼각형은 삼위일체와 삼위일체를 나타내는 세 명의 인격의 동격 성으로, 삼각형인 광배는 아버지 신의 부수물이다. 이집트에서는 직각삼각형의 수직 변은 남성, 밑변은 여성, 빗변은 자녀를 의미한다 (Cooper, 1978/1994). 삼각형의 뾰족한 끝이 위로 향해 있을 때에는 상승, 불, 능동적인 남성 원리로, 삼각형이 거꾸로 놓이면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은총, 물, 수동적인 여성적 요소를 뜻한다(Fontana, 1993/1998). 각이 있는 형태로서 가장 기본인 삼각형은 2개의 대각선으로 기하형태에서 가장 역동적 형상을 지녔으며, 이러한 역동은 숫자 3의 상징과 같이 시간의 흐름인 인생의 출생·삶·죽음 그리고 청년기·중년기·노년기,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하고 균형을 이룬다. 또한 심리적 맥락에서의 삼각형은 관계의 독립성과 자율성 등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 기회로 변화를 암시한다(정 여주, 2012).
(2) 사각형 사각형은 하늘의 원에 대립하는 것으로 지상 존재, 항상성, 통합, 넷을 한 벌로 하는 정적인 완전함을 나타낸다. 이는 창조 가운데에 명백하게 나타나는 신 즉, 사각형의 세 변이 신의 세 가지 측면을, 나머지 한 변은 신의 전체성을 의미한다. 또한 사각형은 정직, 솔직함, 성실함, 품행 방정의 상징으로 생명과 운동의 동적인 원에 대립하는 죽음의 고정이며, 이는 동적인 유목민의 천막이 나 야영지가 원의 모양인 반면 정착 농경민족의 집터는 고정의 사각형이 대비됨을 알 수 있다(Cooper, 1978/1994). Fontana(1993/1998)는 사각형이 단단함을 나타내고, 정지해 있는 현세적인 물질의 완벽성을 의미한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신뢰성과 정직함, 피난처와 안 전의 뜻을 내포하는 것이다. 따라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사각형은 모든 인류의 대지를 상징하며, 단단함과 무거움 그리고 고요를 의미한다. 원안에 있는 정사각형은 하늘과 땅의 결합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가진 충만함과 정 화를 상징하며, 이것은 만다라의 기본 형태이다. 또한 사각형은 고요와 휴식을 얻고 놀이나 집회의 공간으로 소속감을 주면서도, 사방이 막힌 폐쇄성으로 답 답함을 부르기도 한다(정여주, 2012)
(3) 원 원은 전체성, 완전성, 동시성, 원초의 완전함을 뜻하는 보편적 상징으로 가 장 자연스러운 모양으로 신성한 것이다. 이는 무한, 영원, 공간을 둘러싼 시간이면서, 동시에 시작도 끝도 없는 무시간이며, 위와 아래가 없는 무공간이다. 또한 태양으로서의 원은 남성적인 힘을 뜻하지만 영혼이나 마음으로서 또는 대지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로서의 어머니인 여성원리이기도 하다(Cooper, 1978/1994). 원의 무한성은 직선적이고 남성적인 부성의 창조력에 대립하는데, 중심점이 찍혀 있는 원은 완전한 주기, 존재하는 모든 가능성의 해결을 뜻하고 연금술 에서 태양과 금을 상징한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원은 북쪽을 하늘, 남쪽을 땅으로 여겼으며, 불교에서 원은 현상계의 모든 것을 포함하는 존재의 바퀴를 뜻했다(Fontana, 1993/1998). 또한 원은 인류 문화에서 신과 초월자를 나타내는 상징적 형태로 받아들여져 완성과 영원성을 상징하며, 시작과 끝이 없는 곡선으로 모서리가 없어 무한, 완벽의 뜻으로 역사 초기에는 남성 신의 상징이었다가 뒤에는 천사들의 머리 주위 후광으로 나타났다(정여주, 2012).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의 원은 처음과 끝이 없으므로 의식과 무의식의 미분 화와 전체성을 의미하고, 만다라 형태로서의 내적 조화와 균형은 통일성의 개 성화 과정으로 보았다. 따라서 원은 미술치료에서 우울증 성향의 사람에게 적 용하여 삶의 중심과 균형의 치료적 관점으로 다루어진다(정여주, 2001).
왼쪽에서 오른쪽으로의 움직임은 지구의 자전으로 인한 태양과 모든 천체들 의 움직임에서 비롯되었고,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향하는 것은 자라나는 것과 관련된 지구상의 모든 성장 경험의 방향을 나타낸다. 시간 속에서 전개되는 이러한 성장과 결과들은 공간 상징성의 원형적 면모를 이해하는 기초가 되어 준다(Abt, 2005/2008).
또한 Grünwald는 동전 테스트를 고안하여 텅 빈 종이에 우리의 지각이 원 형적 방식으로 구성된 것임을 보여준다(Koch, 1972). 동전 테스트 실행방식은 텅 빈 하얀 종이를 풍경화 판형의 가로로 놓은 뒤, 피검자에게 “자신이 지금 미래 시간 흐름에 따른 성장↑ 상부 상승·성장 정신적인 것 왼쪽 과거 어두운 면 불길한 것 ↑발달선 오른쪽 미래 밝은 면 하부 땅·뿌리 기초를 이루는 것 시작점 시간 흐름에 따른 결과 → 그림 4. Grünwald의 위치와 시간에 따른 공간 상징 (출처: Abt, 2005/2008) - 40 - 서 있다고 생각하는 위치를 고려하여 첫 번째 동전을 놓으세요.”(①현재), “자신이 십년 후에 서 있을 곳이라고 생각하는 위치를 고려하여 두 번째 동전 을 놓으세요.”(②미래), “자신이 십년 전에 서 있었던 곳이라고 생각하는 위치 를 고려하여 세 번째 동전을 놓으세요.”(③과거) 라고 지시어를 제시한다. 동 전 테스트에서 텅 빈 하얀 종이는 피검자의 삶을 상징하는 공간이며, 동전은 피검자를 상징하는데 다섯 명의 피검자 중 네 명이 세 개의 동전을 발달 선에 근접한 선의 형태로 놓았다고 보고했다. Grünwald는 동전테스트를 통하여 시 간의 흐름이 왼쪽에서 오른쪽 그리고 위를 향한 성장의 전개를 확인할 수 있 었다. 또한 좌측 아래의 시작점에서 출발한 발달선은 우측 위의 미래로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발달선은 종이를 사람이 호흡하는 ‘대기’와 발을 딛고 서는 ‘대지’로 구분하며〔그림 5〕와 같이 남성원리와 여성원리를 이룬다(Abt, 2005/2008).
그림을 그린 사람이 여성원리의 영역 위에 서 있다면 그것은 현실과의 관계 로 기초를 이루는 것들, 즉 태모로서의 자연, 신체, 그리고 여성적 개인성과 관계된다. 또한 남성원리의 영역 위에 있다면 생득적 가치, 질서잡기의 원리, 미래 시간흐름에 따른 성장↑ 호흡하는 대기: 남성원리 ↑발달선 호흡하는 대기: 여성원리 시작점 시간흐름에 따른 결과 → 그림 5. Grünwald의 발달선에 따른 대기의 원리 (출처: Abt, 2005/2008) 삶의 의미와 구조 등 그린 사람의 정신적 방향이 어떤 영역을 향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Grünwald의 시간과 흐름에 따른 성장의 단계와 발달선을 기반으로 한 호흡하는 대기의 원리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공간도식의 상징은 〔그림 6〕 과 같다 (Abt, 2005/2008).
Bach(1990)는 주제나 지시어가 주어지지 않은 자발적 그리기에서 나타난 명 확하고 반복적인 상징들의 유기적 측면이 그림 읽기를 통한 진단 및 치료와 조기 예후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확신하였다. 자발적 그리기에서 모티브의 위치는 단 한 장의 그림에서도 상징의 중요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동일인의 그림을 여러 장 살펴보며 움직임이 같은 방향을 향하는지 또는 반대 방향으로 바뀌었는지 등 지속되거나 변화된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 다. 특히 중환자들이 자발적으로 그린 그림을 30여 년간 연구한 결과, 인간 형 상, 동물, 자동차등 사물의 위치에 따라 환자의 상태를 예측, 진단할 수 있었 공기 정신 의식 초월적·신(神)적 불 과거 어머니 내향성 미래 아버지 외향성 수동성의 영역 (삶의 관조 공간) 능동성의 영역 (삶의 대처 공간) 퇴행, 초기단계의 고착 본능, 직관 물 물질 전의식·개인무의식 집단무의식 대지 그림 6. Grünwald의 공간 도식과 상징 (출처: Abt, 2005/2008)다. 환자들의 사물 위치에 따른 그림화면의 분석적 상징 내용은 〔그림 7〕과 같다(정여주, 2012).